계엄의 무게를 모르는 독재의 망령은 물러가라
대체 지난밤 당신은 무엇을 하였나? 대체 어떤 얼토당토않은 기대 속에, 바로 ‘그’ 계엄을 선포한 것인가?
학교 앞 서점에서 문제집을 사려고 혼자 집을 나선 지난 일요일이었다. 갑자기 거리에 들어찬 무장 군인들이 어쩐지 무서워서 너는 천변길로 내려가 걸었다. 신혼부부로 보이는, 성경과 찬송가 책을 손에 든 양복 입은 남자와 감색 원피스 차림의 여자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몇차례 위쪽 도로에서 들리더니, 총을 메고 곤봉을 쥔 군인 셋이 언덕배기를 타고 내려어 그 젊은 부부를 둘러쌌다. 누군가를 뒤쫓다 잘못 내려온 것 같았다.
무슨 일입니까? 지금 저흰 교회에…
양복 입은 남자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사람의 팔이 어떤 것인지 너는 보았다. 사람의 손, 사람의 허리, 사람의 다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았다. 살려주시오. 헐떡이며 남자가 외쳤다. 경련하던 남자의 발이 잠잠해질 때까지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곤봉을 내리쳤다. 곁에서 쉬지 않고 비명을 지르다 머리채를 잡힌 여자가 어떻게 되었는지 너는 모른다. 덜덜 턱을 떨며 천변 언덕을 기어올라 거리로, 더 낯선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거리로 들어섰기 때문이다.1)
이것이 계엄의 장면이다.
동시에 옆 골목에서 청년들 셋이 달려나갔다. 쓰러진 사람들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막 일으키려 했을 때, 광장 중앙과 군인들 쪽에서 연발 총성이 터졌다. 맥없이 청년들이 쓰러졌다. 너는 거리 맞은편의 넓은 골목을 건너다봤다. 삼십여명의 남자와 여자들이 양쪽 담벼락에 붙어서서 얼어붙은 듯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총성이 멎은 뒤 삼분쯤 지나, 맞은편 골목에서 유난히 키가 작은 아저씨가 한달음에 뛰쳐나왔다. 쓰러진 사람들 가운데 한사람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렸다. 다시 연발 총성이 울리고 그가 쓰러지가, 여태 너를 붙들고 있던 아저씨가 두꺼운 손바닥으로 네 눈을 가리며 말했다.
지금 나가면 개죽음이여.
아저씨가 네 눈에서 손을 뗀 순간, 마치 거대한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맞으면 골목의 남자 둘이 쓰러진 젊은 여자를 향해 달려가 팔을잡고 일으키는 것을 너는 봤다. 이번엔 옥상에서 총성이 울렸다. 남자들이 나동그라졌다.2)
이것이 계엄의 장면이다.
아직 이 사회에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3) 된 사람들이 살아 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이웃과 친우를 잃은 사람들이,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가던 이들을 잃은 사람들이,국민을 향해 나라가 총구를 겨누는 장면을 제 눈으로, 영상으로, 글로 마주한 수십,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이 사회에 여전히 살아 있다.
그것이 바로 어젯밤 계엄령 소식을 들은 수십,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새벽이 가도록 잠들지 못하고 뉴스를 업데이트했던 이유이다. 당신이 그토록 가볍게 선포한 계엄령은 이 나라의 집단 기억에 새겨진 트라우마를 들쑤셨고, 2024년이 다시 저 민주화 이전의 어둠과 폭력의 시대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게 했다.
당신은 2년 반이라는 임기 동안 스물다섯 번의 거부권을 행사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의원의 자유 발언을 틀어막고, 한 대학의 학위수여식에서 학생의 사지를 결박해 끌고 나가게 했다.
당신은 어제 이 땅 위 모든 사람의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하고,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하여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처단”하겠다고 했다.
당신은 정말 꾸준히도 같은 짓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어젯밤, 당신은 최소한의 정당성을 당신의 손으로 내팽개쳤다. 이 나라의 수반이 시도한 것은 독재이다.
우리에게 독재자는 필요 없다. 윤석열은 이제 무능과 불통의 대통령이 아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지배의 야욕을 드러낸 어리석은 범죄장리 뿐이다.
학우들이여, 12월 7일 광장에 모여 이 땅의 평화를 다시 부르짖자.
시린 바람에 차가워진 서로의 손을 잡고 평화의 열기를 느끼자.
그리고 함께 외치자.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2024년 12월 4일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부생 ○○○(사회20)
1) 한강 (2015), 소년이 온다, 창비, 24쪽.
2) 위의 책, 31쪽.
3) 위의 책, 1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