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은 시작일 뿐이다
12월 3일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자신의 안위를 수호하기 위해 발동된 이번 비상계엄은 우리 사회를 이루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리를 완전히 짓밟는 행위다. 무엇보다도 이는 “반국가세력과 종북 세력의 척결”이라는 구호 하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음과 고통을 겪어왔는지, 또 계엄이 동반한 학살에 맞서 핏빛 투쟁으로 일궈온 이 땅의 민주주의가 우리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지를 송두리째 무시하는 행위다.
우리는 윤석열의 퇴진을 강력히 촉구한다.
군경을 동원한 친위 쿠데타를 도모한 모든 이들의 처벌을 요구한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대신 무력과 폭정을 택하는 정부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다.
시민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정부가 설 자리는 이제 없다.
시민들의 고통과 죽음에 책임지지 않는 정부가 설 자리는 앞으로도 없다.
우리는 윤석열 퇴진과 정권 교체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윤석열과 김건희, 그 주변의 부박한 참모들의 행보를 넘어, 그들이 무능으로 무시하고 짓밟아온 우리 사회의 모든 부조리들을 함께 돌아보고 변화시킬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폭력과 격노를 향해 치닫는 남성성이 존경받지 않는 사회를 요구한다. 폭력과 차별로 뒤엉켜 끈질기게 남아있는 여성혐오와 성차별적 구조를 뿌리 뽑아야 한다.
우리는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일터에서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를 요구한다. 노동자들이 일상을 재생산할 권리를 되찾고, 다치지 않아도 되는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정상’ 바깥으로 치부되는 모든 몸들이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요구한다. 퀴어한 몸, 장애를 가진 몸들과 부대끼고 서로 돌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권력과 자본 밖의 목소리들이 힘을 갖는 사회를 요구한다. 이윤만을 추구하며 재생산과 불평등, 기후 위기의 문제를 외면하는 자본의 폭주를 멈춰야 한다.
우리는 경제 발전이나 국가 안보와 같은 명분으로 시민들의 권리와 평등을 미루지 않고, 인간 아닌 다른 모든 생명의 가치와 존엄을 미루지 않는 사회를 요구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모일 광장은 하나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광장이 아니다. 우리의 주장을 드높이기 위해 또 다른 동료 시민들을 타자화하는 광장도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광장은 누군가의 삶을 ‘나중’으로 미루지 않는 광장이다.
우리는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자아도취적 정의감이 아니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위해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친 이들에 대한 애도,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공동체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책임감, 그리고 타인의 목소리에 응답하며 연대하겠다는 의지라 믿는다.
우리는 바로 그 마음을 믿으며 광장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