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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피를 토하며 우노라 是日也吐血大哭

철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생

이날 피를 토하며 우노라
是日也吐血大哭


 동서고금을 막문하고, 세계의 지성은 자기 인식을 인간의 제일 과제로 부과해 왔다. 특히 2,500여 년 전 이미 공자와 소크라테스・플라톤은 통치자의 자기 인식이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심중한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자기를 모른다. 알 생각도 없다. 알 능력도 없다. 윤석열을 당장 민주 공화국의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하는 가장 결정적인 까닭은 바로 이 무지와, 무치와, 무능이다.

 국민이 헌정 질서를 위해 지금껏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권위를 존중하면서 함부로 “처단”하지 않아 온 대상은 윤석열 본인임을, 윤열인 자신은 모른다. 입헌적 대의 민주주의는 민의에서 정당성을 얻은 정치권력의 권위를 핵심으로 한다. 그러므로 그가 아무리 대통령 부적격자로 보여 왔더라도, 그래서 그를 대통령직에 앉혔던 결정을 아무리 후회하더라도, 지난 3일 밤의 비상계엄 전까지는 대통령 권좌에서 그를 즉각 끌어내리지 않은 것이다. 그것이 성숙한 민주주의, 지속할 수 있는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민주 공화국의 큰 뜻을 위해 그의 목숨을 살려 두고 있었을 뿐이요, 더는 용인할 수 없는 만행으로 인해 국민의 주권적 판단이 이제 돌아섰음을, 윤석열은 알아야 한다.

 삼권 분립의 민주적 헌정 질서에서 자신이 대한민국의 최선자를 참칭할 수 없음을, 윤석열 자신은 모른다. 우리의 헌정은 최선자 정체가 아니다. 삼권은 각각 민의를 오인할 수도 있고, 국익을 오판할 수도 있다. 우리의 헌정은 그 모든 오인과 오판을 일정한 절차 안에서 용인하도록 되어 있다. 합법적 절차에 따라 다른 정치권력이 내어놓은 생각과 판단을, 어떤 오만한 권력자가 법적으로 일축하며 최선자를 참칭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정의 요체이다. 그가 “폭거” “농락” 따위로 일컬은 국회의 권력 행사도, 자신이 대통령직에서 수없이 행사한 법률안 거부권도, 민주화 이후 지엄한 헌법의 이름으로 국민이 지켜 온 우리 헌정의 기초이다. 국회의 권력 행사를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로 일축하고 국회를 군화발로 유린한 것은, 단순히 헌법 조항을 어긴 것을 넘어 헌법 정신 자체를 짓밟은 것임을, 윤석열은 알아야 한다.

 자신이 더는 통제될 수 없는 위험 분자임을, 윤석열 자신은 모른다. 그는 대통령 후보자 시절부터 도저히 정합적이고 일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언행과 태도를 거리낌 없이 내비쳤고, 대통령직에 오른 뒤에도 수능부터 의료까지 곳곳에서 수없는 돌발 행동들을 일삼았다. 그 조처 각각이 얼마나 이롭거나 올바른 것이었는지는 불문에 부치더라도, 어디로 지 모를 그의 행보는 그야말로 “전혀 유례가 없던” 국정 불안정이었다. 그리고 지난 3일 밤, 그 예측 불가능성은 기어코 상상을 초월하는 국민적 공포로 이어졌다. 궁지에 몰리면 상식을 넘어 헌법 정신 자체를 유린하기도 마다하지 않는 자를, 이제 더 큰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권좌에 계속 앉혀 두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그가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사퇴하거나,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되거나, 내란죄로 체포되고 처벌받지 않는 이상, 이 예측할 수 없는 자를 법의 정신 아래 통제할 방도는 결단코 없다. 대통령직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율 능력조차 자신에게 없음을, 윤석열은 알아야 한다.

 자신이 이 세 사실에 무지함을, 윤석열 자신은 모른다. 일러 주어도 듣지 않는다. 들어도 이해하지 않는다. 여당 국민의힘은 대통령 부재로 인한 헌정 문란과 국정 마비를 우려한다며, 탄핵 외의 방도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난밤 윤석열 탄핵 소추안을 투표 불성립으로 만들었다. 옳고 그름은커녕 자신의 정치적 손익조차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는 자를 위험천만한 권좌에 여전히 앉힌 채로, 그대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그를 통제하겠다는 것인가? 헌정의 가치는 국헌 문란의 심대한 위협을 조속히 일소하고, 또 그러면서도 국정이 마비되지 않도록 짜인 체계를 신뢰하는 것이 아닌가? 그대들의 보수주의는 헌정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을 보수하겠다는 것인가? 대통령직이 공석이면 헌정이 문란해지고 국정이 마비 된다는 그대들의 주장은 왕정복고주의가 아니면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이 호소가 윤석열을 움직일 수 있으리라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 그는 과거의 행보부터 당장 어제 7일의 발표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어떤 권력을 쥐고 있고, 자신이 그 권력으로 무엇을 하며, 그것을 타인들이 어떻게 말하는지를, 인식할 생각도 능력도 없음을, 충분한 정도를 이미 아득히 넘어 질리도록 증명해 왔다. 국민의 호소가 그에게 가 닿기를 바라느니, 건목수생(乾木水生)을 기도하는 것이 합리적일 지경이다. 그러나 나는, 지난 3일 밤의 비상계업에 헌정 붕괴를 직감하고 조속히 계엄해제를 요구했던 국회의, 이른바 보수주의자들에게 말한다. 그대들이 간직해야 할 보수의 참뜻은 맹목적 점진성이 아니다. 당장 몸담고 있는 정당의 집권 지속은 더욱 아니다. 그대들이 진정으로 보수해야 할 것은, 피땀 어린 역사를 거쳐 1987년 완성된 작금의 헌법과 그 정신이다.

 거리에 나선 국민은 헌정의 가치를 알았고, 그리하여 탄핵 소추안 투표 불성립과 그에 따른 거국적 분노 및 공포에도 성숙한 시민성을 보수했다. 거리의 국민이 피를 토하며 지키려는 대한민국 헌정의 뿌리를 보라. 저 무지하고 무치하고 무능한 자가 당장 오늘이라도, 당장 내일이라도 그 뿌리를 송두리째 살라 버릴 막대한 위험을 보라. 지난 3일 밤, 4일 새벽 보인 그대들 양심 속 참 보수의 맹아를 떠올리라. 그대들의 손으로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올바로 지키는 것이야말로, 지난 2년 반 동안 국민의 목에서 때로는 터져 나오고 때로는 삼켜졌던 핏기 어린 울음에 답하는 마땅한 길임을 알라.

2024년 12월 8일
지난밤 의사봉의 성난 울음을 기억하는 새벽에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서양철학전공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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