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녕 8명이 없다는 말인가
108명 중 우국충정의 양심을 가진 이가 8명은 될 거라 믿었건만, 국민의힘이 12월 7일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를 끝내 무산시켰다. 자신의 임기와 국정 운영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는 윤석열의 담화가 그 명분이었다. 그러나 탄핵을 반대하며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지극히 당파적인 결정일 뿐 아니라 또 다른 반헌법적, 반제도적 발상이다. 이는 사회・경제・외교・안보상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장기화 및 극대화할 것이며, 무엇보다 힘들게 축적해 온 한국 민주주의 기반에 중장기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힐 것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2차 탄핵소추안은 반드시 가결되어야만 한다.
첫째, 탄핵은 윤석열의 권력 행사를 조속히 정지하여 당장의 불안 및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윤석열은 반헌법적, 반민주적 사상을 가진 위험한 권력자이다. 윤석열은 지난 대선과 총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하여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벌였으며, 일부 친윤파를 제외한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는 의회 세력을 정치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계엄을 오래전부터 계획해온 정황, 계엄 정당화를 위해 북한에 대한 무인기 침투 및 선제타격으로 국지전 유도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이 대통령의 지위를 유지하고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한, 제2의 계엄 선포나 대북 군사행동 등 민주주의와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을 언제든지 또 벌일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을 확실하게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탄핵소추를 통한 즉각적인 직무정지 및 권한대행 체제 전환 뿐이다.
둘째, 탄핵은 헌정위기를 제도적으로 질서 있게 수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권력자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국헌을 문란하게 하여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협하는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을 위해 우리 헌법은 탄핵 제도를 예비하고 있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탄핵뿐이다. 헌법과 법률상 국무총리는 대통령에게 종속되어 있고, 공무원 임면권, 군 통수권, 법률안 거부권을 비롯한 헌법적 권한은 모두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가지므로, 대통령이 버젓이 존재하는 한 국무총리나 여당 대표를포함한 그 어느 누구도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 행사할 수 없다. 즉, 한동훈 대표가 공언한 대통령의 “2선 후퇴”, “직무배제”, “조기 퇴진”은 현행 제도로써 강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위험인물인 윤석열의 선의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설령 윤석열이 협조하더라도 위헌이다. 하지만 윤석열이 한 대표의 담화 발표 이후 보란 듯이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고, 여전히 국군통수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한 대표의 제안은 현실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실현 불가능한 구상임이 재확인되었다. 한국의 정치학자 573명은 12월 8일 시국선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탄핵은 헌정의 중단이 아니라 헌정 질서의 회복이다.” 헌법에 의한 헌정질서의 작동이 정지된 현재의 상황은 오직 탄핵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
셋째, 탄핵은 한국 사회가 이룬 민주적 공고화를 재확인하는 분수령이다. 빠른 탄핵을 통해 위헌 및 내란행위를 단죄하고 윤석열을 추방하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질서가 정상 작동하고 있으며 반민주주의자의 체제 전복 시도는 단호하게 거부될 것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우리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이번 사태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주는 함의가 무엇인지 반추하고 소화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내란사태는 37년 간 국민이 힘들게 일궈온 민주적 공고화의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려는 시도이다. 권위주의로의 회귀가 일어날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에서, 1987년 6월, 혹은 1960년 4월로 민주주의 시계를 되돌려버린 사건이다. 만약 윤석열이 비상계엄 내란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시 하야하거나 탄핵당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전복을 시도한 세력을 사실상 추인하는 셈이 된다. 퇴진을 내년 중후반, 혹은 여권 일각 주장대로 2026년까지 미룬다면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일부 세력을 단호히 배격하지 않는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침식과 퇴행(backsliding)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넷째, 탄핵은 한국의 민주적 회복력이 건재하다는 대외적 선언이다. 탄핵 무산은 한국의 대외적 신인도와 외교적 입지, 경제 안정성에 대해 국제사회에 부정적 신호를 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트럼프 2기의 출범과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등을 앞둔 결정적 시기에 한국을 외교적 고립 위기로 몰아넣었다. 정상외교가 최소 내년 중반까지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간 이념 대립 구도로 재편성되는 신냉전 속에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우방과 연합전선을 형성하려던 한국의 가치외교는 그 설득력과 신뢰도를 완전히 잃게 되었다. 미국이 반민주 폭거에 대해 한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으며,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설정도 불확실해졌다. 지한파로 알려진 이시바 일본 총리가 첫 해외순방지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되면서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 탄핵 무산으로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거시경제 충격파가 증폭되고 있다. 탄핵을 하루 속히 추진하여 무정부상태를 수습하고 예측가능성을 회복하지 않는다면, 한국 외교와 경제는 재기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다.
비상계엄 내란사태의 수습을 책임져야 할 양당에 고한다. 어느 누구도 이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 및 당리당략의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돌아오는 토요일 탄핵소추안을 재적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압도적으로 가결시키고, 역사에 씻을 수 없는 반역죄를 저지른 윤석열을 직무정지시킨 후 즉시 긴급체포하여 수사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87년 체제’의 6공화국은 그 수명을 다했다. 탄핵안 가결 이후 정치권은 학계와 국민의 중지를 모아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전면적인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당파적 논리가 헌법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수호, 국리민복에 우선해서는 결코 안 된다.
국민의힘에 경고한다. 탄핵 가결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그 말로는 정당 소멸뿐이다. 자유민주주의,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그토록 강조하여 정권을 잡은 당이, 막상 그러한 가치가 위협받는 순간에 이를 외면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을 시도한 윤석열만큼이나 자기모순적이다. 작금의 사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비할 바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의 근간을 부정하는 반란을 시도한 것은 대통령 개인의 직권남용 및 사익추구보다도 훨씬 중한 사안이다. 이러한 대통령을 당이 비호하고 드는 것은 내란에 가담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떠넘기기 전에, 여당이 윤석열의 비상식적 국정 운영을 통제하고 제동을 걸었더라면, 또 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을 당과 단호히 분리하고 탄핵에 동참했더라면 작금의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반성부터 시작하라. 국민은 반헌법적 내란에 동조한 정당의 존속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탄핵 트라우마’, 정권 헌납의 두려움 따위를 이유로 탄핵에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이며,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 경고한다. 이번 사태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회피를 통해 대권가도로 진입하는 데 활용할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전복을 기도한 윤석열을 끌어내렸다고 해서 이재명이 반드시 그 대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가 재판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민주당이 계속해서 방탄정당을 자처한다면, 또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가 달린 국가적 사안을 보수와 진보의 대립 구도로 몰가라여 한다면, 국민은 선거에서 또다시 이를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다. 윤석열의 탄생이 문재인 정권의 포퓰리스트적 독단에 대한 국민적 질책이었음을 잊지 말라. 재발의될 탄핵소추안에서 불필요한 내용을 삭제하라. 윤석열 정부가 “북한,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일본 중심의 기이한 외교정책을 고집”했다는 내용은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탄핵소추안에 포함되어야 할 이유도 없다. 위헌・위법적 계엄 선포의 요건・절차・내용적 부당성, 반민주적・반다원주의적 가치관을 가진 인지왜곡 상태의 대통령에 대한 파면의 불가피성만을 강조하라.
헌법재판소는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윤석열의 위헌・위법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탄핵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은 8년 전보다 압도적으로 더 크다. 정치학도로서 감히 말하건대, 이 사태를 제도적으로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민주주의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윤석열 탄핵과 7공화국 출범에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걸려 있다. 우리 삶의 모든 것이 걸려 있다.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의원 같은 용기 있는 자들이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12월 3일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육탄으로 막아냈던 용기로, 삶의 터전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다시 한번 거리로 나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