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차별과 혐오 없는 민주주의를 위한 페미니스트 선언
지난 3일 밤, 윤석열이 내용, 절차상 명백히 위헌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에 국회에서는 급히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으며, 계엄 선포 6시간 이후 윤석열은 계엄군을 철수하고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하였다. 12월 7일 오후,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수많은 시민이 국회 앞과 전국 각지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3명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소추안 표결을 거부하며 본회의장에서 퇴장하였고, 탄핵소추안은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되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모든 국민은 불안에, 공포에, 걱정에 잠도 못 이룬 채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와 국민의힘 의원들의 탄핵소추안 표결 투표 거부는, 앞으로 이어질 모든 상황은, 예상치 못했을지언정 소수자에게 그다지 낯선 일이 아니다.
윤석열은 후보 시절 OECD 국가 중 부동의 유리천장 지수 꼴찌의 국가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으며, 여성혐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당선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중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를 공석으로 두고, 여성/성평등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행보를 이어가며 시민사회가 함께 일구어 온 여성 정책을 후퇴시켰다. 그동안 여성들은 가정폭력, 성폭력 등 젠더 기반 폭력과 노동권 침해 문제로 고통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의 것으로 여겨진 돌봄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하며 다시 이주 여성을 착취했다. 용주골의 여성들은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삶의 터전이 행정력을 동원해 강제로 철거되는 위기를 맞이했다. 언제든 딥페이크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여학생들은 보호를 가장한 단속을 마주해야 했다. 2023년 기준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으로 집계되었으며, 4.14일마다 한 명씩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 의해 여성이 살해되었으나,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여성혐오 살인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임기 중 여성과 소수자를 향하던 억압과 폭력이 이제는 범국민을 향한다. 여성에게, 소수자에게 이 모든 일은 놀랍지 않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성들은 호주제 폐지, 미투운동과 디지털성폭력 의제화 등 다양한 정치적 의제를 내세우며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어 왔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은 시위에서 일어나는 성추행 대처법을 공유하고, 응원봉을 흔들면서도 시위의 진정한 주축이 아닌 ‘놀러 온 빠순이’로 보일까 염려한다. 모두가 민주주의를 말하고 하나가 되어 고양되는 순간에도 여성혐오는 버젓이 존재하고 여성은 또다시 소외된다. 시민들의 비판 속에서, 김건희는 단순한 특검법 수사 대상을 넘어, ‘감히 몸을 팔았던 여성 주제에’ 국정을 뒤흔드는 사람이 된다. ‘나이스 쥴리’라는 여성혐오적 노래를 만들어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비판을 받은 한 가수는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집회에서 노래를 부른다. 현재 가장 큰 규모의 집회를 주관하는 촛불행동의 상임대표는 성폭력 2차 가해로 유죄 판결을 받고도 집회에서 마이크를 쥔다. 그럼에도 편견 가득한 시선과 안전에 대한 위협에 맞서며, 여성과 소수자들은 용기 내어 광장으로 모인다. 이들의 일상 속 투쟁은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으로 확장한다.
‘우리’는 한 목표를 향해야 하므로, ‘우리’ 모두를 위해 소수자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인가? 당신들이 말하는 ‘우리’에 페미니스트의, 여성의, 소수자의 자리가 있는지 묻는다. 민주주의를 위한 집회에서조차 페미니즘과 소수자 문제를 이야기하는 활동가는 내려오라는 외침을 듣는다. 민중의 아름다운 정신으로 포장된 공간조차 차별과 혐오를 피해갈 수 없다. 독재자를 몰아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일면 그들이 몰아내려 하는 자의 모습을 닮았다.
어떤 사람도 ‘나중에’ 존재할 수 없다. 우리 페미니스트는, 여성은, 소수자는, 언제나 그랬듯, 모두가 일구어온 광장을 지키며 지금 당장을 살고 있다. 이토록 다양한 몸들을 배제하고 외치는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니며, 우리를 묵살하고 억압한 채 맞이한 윤석열 정권의 끝은 결국 또 다른 폭력의 시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의 문제를 나중으로 미루지 말라. 일상이 투쟁이었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페미니스트는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를 위해, 차별과 혐오 없는 민주주의를 만드는 데에 앞장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