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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글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쉽게 씌어진 글


“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이 글은 아주 쉽게 쓰인 글이다. 어떠한 행동도, 어떠한 투쟁도 하지 않던 부끄러운 한 학생이자 연구자의 글이다. 헌정사 초유의 12.3 계엄 사태에 이르러서야 펜을 든 자칭 지성인의 참담한 고백이다. 지금도 나는 고작 뉴스만을 읽고, 메신저에서 친구들과 사사로이 분개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대자보도 아니고, 시국선언문도 아닌 부끄러운 기침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법치의 가치를 피로 수호해 왔다. 그러나 그 피맺힌 절규는 이미 공중에서 산산 분해되고, 작금의 대한민국은 혐오와 배제, 갈등과 반목, 사리사욕을 들끓고 있다. 그러나 나는 침묵했다. 아직 공부해야 하므로, 아직 무엇도 되지 못했으므로, 때가 되면 목소리를 내리라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꼬박꼬박 때맞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연구실에서 문장 속으로, 문장 속으로 자아를 가두며 나는 진리를 탐구하고 있노라 자위해왔다.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음에 펜을 든다. 물론 이것은 아무 힘도 없을 문장에 불과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12월 3일 위헌적, 위법적, 반민주적 비상계엄 이후 오늘 아침에 이르기까지 네 차례의 담화를 통해 연이어 쏟아지는 참담한 언어를 정화하기 위해 쓴다. 권력과 나라의 주인이 국민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비상식적, 비민주적 언어에 맞서 폭력과 불의에 저항하는 민중과 진리의 언어는 끝도 없이 이어질 것임을 보이고자 한다.

 문장은 아무런 힘도 없으나, 그 글이 스며들어 사람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혼란의 정국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함께 이루어지던 11일 새벽. 나는 한강이 던진 질문,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를 온몸으로 절감하였다. 매번 폭력과 혐오의 언어 속에서 절망하면서도 나는 인간의 존엄성과 성장의 가능성, 변화의 가치를 믿고 이곳 사범대에 왔다. 이토록 살기 어려운 세상에, 이토록 쉽게 쓰인 글로, 나는 나의 굳건한 믿음에 답한다.

내가 지금껏 읽고 쓴 모든 문장이 양심의 등불을 밝히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문장 뒤에 숨지 않고, 나의 목소리로 학자의 양심을 바로 세우겠다.
진리의 문장은 거리에서 완성되리라.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고,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라!”
“국회, 정당, 정부 부처, 수사 관계처는 12.3. 계엄 사태를 사사로운 이익에 이용하지 말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데 만전을 기하라!”

2024년 12월 12일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국어교육과 박사과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