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광장에서 다시는 민주 사회의 주적을 제외한 그 누구도 내쫓지 말자
2024년 12월 14일, 탄핵안이 가결되었고, 광장의 시민이 승리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윤석열이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기까지는 아직 법적 절차가 남아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또 다시 광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 기쁨의 순간에 우리는 한 가지 피하지 말아야 할 질문을 마주한다:
“광장의 승리는, 광장의 시민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나는 보았다, 지난 11일간 광장으로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을. 청년 세대의 여성을 비롯한 수많은 여성들이 나와 누군가는 반란군의 총부리를 붙잡고 목숨을 건 저항을 하였고, 국회 앞 대로와 전국 곳곳에서 낮과 밤을 지켰다. 또 다른 퀴어 퍼레이드가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낭로 정도로 집회의 현장에는 깃발에 피어오른 무지개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생업을 접어두고 올라온 공장 노동자, 학교 급식 노동자, 농민, 사무직 노동자, 연구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 수많은 노동자가 함께 투쟁의 불길을 더하고 있었다. 갓 수능을 마치고 스무 살의 꿈을 꾸는 학생들과 노년기의 시민들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외치고 발언하였다. 그야말로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여부, 직업, 연령, 국적의 경계를 넘어, 광장이 된 그 모든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수많은 구성원들이 탄핵을 강력하게 외쳤다.
그러나 내란 수괴 윤석열 탄핵은, 우리 사회 대중을 이루는 개인들의 긴급한 관심사가 교차한 지점이자 우리가 광장에 모이게 된 시작점이 되기는 하였어도, 결코 광장의 끝일 수는 없었다.
나는 보았다, 12월 14일 이후에 여전히 광장에 남겨진, 미완의 의제들을. 전국 곳곳을 채운 탄핵의 목소리는 하나의 목소리이되, 결코 하나가 아니었다. 윤석열 탄핵을 외친다는 점에서 하나였지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마주한 삶의 문제들이 함께 모여들고 공유되었기에 결코 하나일 수 없었다. 윤석열 탄핵이 가결되었지만, 그것이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최종 단계도 아니고, 우리가 광장에 모인 의미와 온전히 동치될 수는 없는 것이다. 광장으로 모여든 삶의 문제들이 때로는 언어로, 때로는 행동으로, 때로는 함께 자리를 하거나 마음을 보탬으로써 여전히 광장의 공론장에 생생히 남아 있다. 지난 11일간의 외침 정도로 우리의 광장이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나는 보았다, 우리가 광장 위에서 미래를 만들어갈 때 함께 해야 할 사회 대중 주체들과 그 의제들을. 여전히 차별받고 폭동이라는 부당한 프레임에서 억압받으면서도 학교와 투쟁하고 있는 동덕여자대학교 학생들이 이 광장의 자리에서 탄핵을 향해 목소리를 더하면서도, 학교와 여성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것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광장에서 누구보다도 뜨겁게 탄핵을 외치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시설 문제에 대해서도 함께 연대하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조차 경제적 착취를 받으며 서울역 광장의 거대한 건축물과 LED 조명 너머에서 춥고 어려운 겨울을 나고 있는 동자동 쪽방촌의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광장의 시민들에게 떡을 돌리며 자신을 알리는 모습을. 내가 보지 못한 목소리들은 또 얼마나 많었던가.
12월 14일 오늘, 광장의 승리는 고상한 중산층의 승리도 아니며, 일부 사회적 특권층이 회심하여 시혜를 한 결과도 아니다. 얼굴도 모르고 이름조차 모르는, ‘우리’로 모인, 서로 다른 삶의 경로와 환경을 지닌 개인들이 다 같이 모여 이루어낸 승리이다. ‘우리’의 광장에서 ‘우리’에 함께 한 사람은, 이른바 가진 자, 고상한 자, 지위 높은 자만이 아니라, 우리의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상을 지지해온, 심지어는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차별해온 이들까지 그 모든 사람이었다. 따라서 우리의 광장에서 승리는 우리 모두의 것이며, 우리의 광장에서 시민권의 차별은 있을 수 없다. 이에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까지 다 함께 힘을 모으면서도, 아래의 내용을 함께 기억하기를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서로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하는 타인의 삶과 존재에 빚지고 있다.
오늘의 승리는, 그리고 우리가 되찾을 일상은 그들의 삶에 또 다시 빚진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미래를 상상하고 만들어갈 우리의 광장에서는 민주 사회의 주적을 제외한 그 누구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늘의 승리는, 그리고 우리가 되찾을 일상은 그들의 삶에 또 다시 빚진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미래를 상상하고 만들어갈 우리의 광장에서는 민주 사회의 주적을 제외한 그 누구도 배제할 수 없다.
다 함께, 끊임없이 우리 모두의 광장을 사수하자!
독점되지 않는 광장에서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만들어가자!
독점되지 않는 광장에서 우리 모두의 미래를 만들어가자!
○○○ (사회학과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