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과 19학번 학부생
다시, 광장의 시간입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소추안 가결
지난 12월 3일 위헌적 비상계엄이 선포되었습니다. 당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회 앞으로 모인 시민들, 그리고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여의도를 가득 채운 시민들의 힘으로 비상계엄은 해제되었고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국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이제 탄핵까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만이 남아있습니다. 언론 지면을 포함하여 많은 곳에서 ‘이제는 헌재의 시간’이라는 말이 들려옵니다. 헌법 수호를 위한 제도와 기관이 작동하고 있으며 헌정질서가 회복 중이라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광장의 시간은 이어지고 있으며, 또 이어져야만 합니다. 계엄 해제와 탄핵소추안 가결은 분명 시민의 승리이지만, 우리가 탄핵 이후로 시대를 반추하기를 멈추는 순간 그러한 승리의 의의는 바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극우 포퓰리즘
위헌적 비상계엄은 우연한 사건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파괴를 기획하고, 집행하였으며, 옹호하고자 하는 세력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 속에서 때로는 정권으로, 때로는 폭력으로, 때로는 정치적 정동으로 존재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지칭합니다. 그 지배하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정치・경제・사회질서를 제외한 모든 생각이 ‘적의 것’으로 간주됩니다. 사회적 기본권의 실현과 사회 안전망을 요구하는 목소리, 모든 이들의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경제를 지향하는 목소리, 고조되는 전쟁위험과 군비경쟁을 벗어난 미래를 그려보고자 하는 목소리, 사회적 소수자의 실질적 평등과 존엄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모두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규정됩니다. 반성적 평형을 달성하고자 하는 이성의 가치도, 보편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도덕을 모색하고자 하는 논증의 가치도, 공론장을 통한 이견의 수렴을 추구하는 숙의의 가치도 모두 ‘적’의 ‘선동’으로 부정됩니다. 오로지 자유의 적들만이 무한한 자유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민주적 기본질서
헌법은 제1조 제1항의 민주공화국과 더불어 전문(前文), 제4조, 제8조 제4항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명시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 폭력적・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를 존중하면서도 소수를 배려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을 기본원리로 하는 정치적 질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리를 온전히 수호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이 법에 따라 위헌적인 비상계엄 세력을 탄핵하고 처벌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 또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광장을 만들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비상계엄과 탄핵 이후에 마주하는 광장은 일부 온라인 공간을 매개로 확대되어 마침내 대통령과 여당까지 잠식한 극우 포퓰리즘의 식민지를 벗어난 공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논증과 토론을 거부하고 적대와 혐오로 권력관계를 재생산하는 비민주적 정치를 끝내야 합니다. 진정한 반국가세력은 민주주의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아닌, 민주적 기본질서를 폭력적・자의적 지배로 대체하고자 하는 이들입니다.
연대와 광장
민주주의의 광장을 파괴하고자 하는 폭력배들을 마주하고 개인의 무력함을 자각하면서도, 12월 3일 국회 앞에서 서로를 격려하던 떨리는 목소리들을 기억합니다. 7일과 14일의 탄핵소추안 의결 당시 여의도에서, 21일과 22일의 남태령 행진에서 서로를 믿고 함께했던 시민들을 기억합니다. 민주주의를 믿는다는 것은 사람들이 함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연대함으로써 광장을 지키는 이유이자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광장에서 뵙겠습니다.
경영 19 ○○○
24.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