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학생들의 정당한 투쟁을 응원합니다
12.27 집회에 기하여, 민주화의 겨울에 학내민주주의를 생각하다
동덕여대 사태를 바라보면서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지난 2016-2017년의 서울대 시흥캠 사태입니다. 7년 전 그 당시를 겪은 학생들 가운데 대다수는 이미 졸업하였겠지만, 대학원에 진학하였거나, 혹은 군입대나 휴학 등의 이유로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고학번 학생들 가운데 그 때의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이 아직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 우리가 전체학생총회를 열고, 본부를 점거하고, 격렬히 투쟁했던 그 모든 것은 무엇 때문이었습니까? 땅투기 문제와 결부된 대학공공성 저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습니다. 특정 단과대, 특정 학년이 강제로 시흥캠으로 이동하게 되면 예상되는 분명한 불이익에 대한 거부가 있었습니다. 학생들과의 약속을 자꾸 식언하는 학교본부에 대한 불신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문제와 쟁점의 기저에는 교정을 공동체로서 사유하지 못하고, 교정의 다른 존재들을 자기들과 동등한 행위자로 인정하지 못하고, 권위주의적인 독불장군 졸속행정을 거듭하는, 학내민주주의를 때로는 능동적으로 때로는 수동적으로 거부해온 학교본부의 태도가 있었습니다. 이에 맞서 학생들이 투쟁하자 언론들에선 ‘교수 감금’까지 하는 폭력학생이라고 음해하였고, 학교는 본부에 마지막까지 남았던 학우・학형들에게 무기정학 등 중징계를 내렸으며, 심지어는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고 5천만원을 청구하는 고소를 하였습니다.
오늘날 동덕여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이, 2017년 서울대학교 시흥캠 사태와, 또 거슬러 올라가서 2011년 법인화 사태와 얼마나 다릅니까? 학령인구 부족으로 인해 공학화는 불가피한 추세라는 논리가, 법인화 되었으니 돈이 필요하다는 논리와 얼마나 다릅니까? 학생 당사자들이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의하여 여대로 남고 싶으며 남학생과 공간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을 이기주의라느니 혐오라느니 윽박지르는 것이, 관악에 마련된 기반과 공동체를 무턱대고 내버릴 수 없으니 시흥에 가고 싶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을 그저 서울에 남고 싶어하는 욕심쟁이라고만 윽박지르던 것과 얼마나 다릅니까? 사학재단이 락카칠 제거 비용으로 54억 운운하는 것이, 시흥캠 사업 철회하면 ‘천문학적’ 위약금을 학생들이 물어낼 것이냐고 간담회를 빙자해서 을러대던 협박과 얼마나 다릅니까?
사립대와 국공립대를 막론하고, 학교본부의 비민주적 불통으로 인하여 대학분쟁이 폭력사태로 치닫는 것이 2000년대부터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습니다. 누구를 비판해야 마땅하겠습니까? 학교는 학생들을 정당한 대화와 소통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학생 뿐 아니라 파업하는 학교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직교수들과 고위급 교직원들로만 이루어진 각 대학의 학교본부들은 자신들이 학교 행정의 유일한 행위자라고 생각하여 파행적이고 권위적인 행정을 거듭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파행에 대하여 학생이나 노동자 같은 다른 학교 구성원들이 반발하여 떨쳐 일어나면 그것을 어떻게든 구실삼아 그 기회에 학내의 자치적 공동체들을 파괴하고자 시도합니다. 아니, 학생들이나 노조가 반발하지 않아도, 애초에 이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졸속행정의 십중팔구가 학내 공동체를 형해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는 서울대 시흥캠 추진 과정에서 아무개 보직교수가 했다는 말로도 충분히 방증됩니다. 정확한 워딩은 지금 다시 찾기 힘들지만, 신입생들이 이상한 동아리 같은 데 물들지 않도록, 연세대 송도캠처럼 외떨어진 시흥에 기숙캠을 만들어 거기 1년간 격리해야 한다던가 그런 취지의 망언이었지요. 학교본부는 언제나 제멋대로 하고 싶어하기에, 거기에 반대할 수 있는 활발하고 자치적인 학생사회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기회가 생길 때마다 그것을 해체하며 파괴하려 합니다. 과거의 일뿐만이 아닙니다. 지금의 서울대에는 과연 그런 일이 없습니까?
계엄을 막아냈고, 내란대통령을 탄핵시켰고, 트랙터가 남태령 고개를 넘어왔습니다. 바야흐로 민주화의 겨울입니다. 이제 대학에도 민주화가 필요합니다.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인 대학본부들의 졸속행정 반복에 끝을 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는 2011년에 패배하였고, 2017년에 또 패배하였지만, 2024년의 동덕여대는 반드시 승리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