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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서울대 공동행동’의 입장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서울대 공동행동 (서민공)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서울대 공동행동’의 입장


 지난 두 달, 브라운관에 비친 대한민국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안겼습니다.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우리는 기억과 활자 속에 그 존재를 감춰왔던 폭력을 마주하였습니다. 그의 비상계엄은 침해할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반인간적 압제이고, 한 개인이 사회의 합의에 의한 원칙을 초월하려 한 반헌법적 내란행위였으며, 지난 권위주의의 세기로 회귀하려 한 반역사적 퇴행이었습니다. 시민과 의회의 발 빠른 대처로 이 기괴한 계엄령은 하룻밤 사이에 철회되었으나, 그 여파는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집권여당은 극우 대통령의 방탄유리로 전락했고, 사법부가 공격당했으며, 음모론 등 다른 정치적 혼란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한국사회의 근간이 되는 민주적 가치를 뒤흔드는 단계까지 나아갔으며, 그 과정에서 정치권은 자정 기능을 거의 상실하였습니다. 적대적 상황 속에서 정당들의 폐쇄성은 강화되었고, 특히나 극우 세력은 초법적 억압이라는 군사독재의 잔재까지 옹호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극심한 소요 아래, 시민의 삶은 유기되었으며 민주주의 또한 끝없이 유예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단순한 정치권력과 의사결정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민주주의가 우리의 삶을 지탱할 때는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겠지만, 그 기틀이 무너질 때는 오랜 독재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우리의 자유가 하나하나씩 거세당할 것입니다. 인간의 의지를 곡해하거나 억압하는 반민주적 기획의 결말은 늘 자기파괴적이었습니다. 이러한 기획들은 시민들의 주체적인 선택권을 박탈하고, 내밀한 삶을 침범하며, 통제에 벗어난 시민들을 박해하는 식으로 결국에는 사회 전체를 갉아먹었습니다.

 한국사회를 뒤덮은 혼란이 더 곪기 전에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더 넓게는 한국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숙의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우리는 개방된 공론장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다층적으로 천착하고, 민주주의의 구조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구상해야 합니다. 이러한 논의는 이데올로기, 성별, 세대, 계층 등의 정체성과 이해관계를 망라하여 소통했을 때, 그리고 우리 시민들이 특수하지만 공통된 다중이 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서울대학교와 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학생들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와 항상 함께해 왔습니다. 하지만 과연 서울대와 그 구성원들이 작금의 사태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조심스레 질문합니다. 우리는 더 성찰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정치에 거리를 둔 이들에게조차 선택해야 할 결정적 순간은 분명 존재하며, 그 순간에마저 냉소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우리의 일상은 저 아래로 추락할 것입니다.

 소설 <페스트>에서 알베르 카뮈는 자칫 개인이 무력해질 수 있는 거대한 부조리를 마주했을 때, 사랑을 기반으로 각자 할 수 있는 일에 헌신할 것을 제언합니다. 마찬가지로, 내란과 정치적 혼란에 맞서 우리 시민들은 한국 사회의 주인으로서 그 방향성을 함께 고뇌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서울대 공동행동’은 민주주의가 오늘날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성숙해지기를 바라며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뭉친 단체입니다. 우리 공동행동은 여러분들의 폭넓은 의견을 경청하고, 그 다양한 스펙트럼을 모아 유의미한 실천으로까지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당신의 사유와 행동이 인간을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 믿으며, 역사의 갈림길에서만큼은 우리를 가로막았던 모든 장벽을 넘어 민주주의의 회복에 동참할 것을 요청합니다.

2025년 2월 17일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서울대 공동행동 (서민공)